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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한국군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92389.html?_fr=mt1

한국군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등록 :2015-05-21 20:56수정 :2015-05-22 14:05

 

 

 

군 장교를 평가할 때 위관급 장교는 ‘우수’한지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영관급 장교는 ‘유능’한지를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장군은 ‘훌륭’한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얘기를 인용하면서, 김종대 편집장은 최근에는 훌륭한 장군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10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해 경례하는 모습. 뉴시스
군 장교를 평가할 때 위관급 장교는 ‘우수’한지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영관급 장교는

‘유능’한지를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장군은 ‘훌륭’한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얘기를

인용하면서, 김종대 편집장은 최근에는 훌륭한 장군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10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해 경례하는 모습. 뉴시스

 

전작권 환수를 거부하고

북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예산 늘리고 밥그릇 챙겨

 


한국군 무능은 미국 의존 탓
그래서 다시 미국 의존하는 악순환
그 악순환에 안주하는 군 수뇌부

 

 

위기의 장군들
김종대 지음/메디치·1만6500원

 

 

군사문제 전문가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이 낸 <위기의 장군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금 우리가 전작권을 거론한다면 이것은 미군보고 나가라는 소리와 같습니다.

지휘권이 없는 미군이 무엇하러 머나먼 이국땅에 와 있겠습니까?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하면 한미연합사는 단지 기획사령부로 전락할 것이고,

역할이 없는 미군은 본국으로 빠져나갑니다.

왜 우리가 먼저 그런 빌미를 주어야 합니까?”

 

 

이런 얘기를 한 사람은 노무현 정부 때의 김희상 대통령 국방보좌관이다.

 

2003년 6월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자주국방 비전’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그는 “이런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논의는 해야하지 않느냐는 대통령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계속 폈다.

그는 전작권 환수 시기나 방법의 부적절성을 지적한 게 아니라 논의 자체를 반대했다.

 

 

2006년 10월의 한미연례안보회의에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와 권안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런 쪽지를 주고 받는다.

 

 

 “2012년 1월 1일.” “설날에 무슨? 안 돼.

” 롤리스 부차관보가 전작권 환수일자를 6년 뒤인 2012년 정초로 못박자는 얘기고,

권 실장이 그날은 설날이어서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주고받기는 계속됐다. “2012년 3월1일.” “3·1절이야. 안 돼.”

“3·1절이 뭐야? 왜 안 돼?” “한국이 자주독립을 선언한 날 아니냐? 휴일이라 안 돼.

 

” 롤리스는 이번엔 호통치듯 말로 했다.

“자주독립을 선언한 날이니까 전작권을 가져갈 수 있는 것 아냐?”

 

그날 회의에서 전작권 환수일은 2012년 3월 15일로 최종 합의됐다.

 

 

전작권 환수는 그 뒤 2015년으로 연기되더니 이제는 2020년까지로 미뤄졌다.

 

군 내부 장교들이 들고 일어서고 예비역 장성들이 시위까지 벌이면서

외국군이 가져간 자기나라 군대 전작권을 돌려받아선 절대 안 된다고 외치는 이 기묘한 상황.

미국을 ‘절대 선’으로까지 신봉하는 듯 보이는 그들의 논리를 연장하면,

 

한국군은 일본과의 군사동맹과 자위대의 한국 파병을 반대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미국이 그것을 원하니까.

 

 

 

문제는 전작권만이 아니다.

 

지은이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대목들(30개 항목)을 취재하고 수집한 “한국군 장성들의 행태와 사고,

 그것이 초래한 결과와 관련한 에피소드들”을 토대로 재구성했다는 이 책을 읽노라면

 자연히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한국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2004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이 과연 도발하고 전쟁을 계속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에 자문을 구했다.

 

 

북한의 위협을 얼마나 객관화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의 워게임 모델을 토대로 한 그 시도의 결과는,

육군은 북한군에 열세, 해군과 공군은 대등하거나 우세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각 군이 국가안보회의와 국방연구원에

 ‘우리가 열세인 것으로 해달라’고 집요하게 로비를 펼친 결과였다고 지은이는 썼다.

이유는 우세라는 결론이 나오면 예산이 삭감될까봐서였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4월의 합참 작전본부와 정보본부가 작성한 보고서는

 북의 특수부대원을 기존 8만명에서 20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산정하는 등

위협평가 수치를 크게 높여 2020년 되더라도 육군전력이 북에 열세인 것으로 나왔다.

 

그것은 아파치 공격 헬기, 신형 포병전력 도입 등 엄청난 규모의 무기 도입으로 이어졌다.

 

 

전작권 환수 반대도 단지 ‘대미종속’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도 예산과 자리들이 걸려 있다.

 

 

전작권이 환수되면 지금의 군체제 개편이 불가피해지고

“대장직위인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3군사령관 자리”가 없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작권은 환수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군 수뇌들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현대전에 필수적인 야전군 통합도 실행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령부 조직을 자꾸 늘려서 자리를 만들어야 남아도는 장군들에게 새로운 보직을 줄 수 있고,

그렇게 하려면 “북한 지상군의 위협이라는 명분이 있어야 했다”고 김 편집장은 썼다.

 

 

책에는 육해공 3군간의 경쟁,

특히 육군이 해·공군에 대한 기존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벌이는 비합리적인 행태,

막대한 규모의 나눠먹기식 무기도입 비리,

지역별·기수별 또는 파벌·학벌로 쪼개져 벌이는 승진경쟁과 그로 인한 비리들,

굴욕적인 한-미 군사안보관계 에피소드들도 다수 등장한다.

 

 

이런 내용들 묘사와 분석에는 다년간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 비서관과 보좌관을 지내고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의 민간인 행정관까지 거친 지은이의 남다른 이력이 빛을 발한다.

 

 

2010년 북의 연평도 포격 때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군 수뇌부들은

상황이 다 끝난 뒤 전투기로 보복공격을 할 수 있는지 여부도 자체 판단하지 못했다.

 

 

합참의장이 “국지전에서 전투기로 타격하는 것이 교전규칙 사항인가,

아니면 한국 정부가 자위권 차원에서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인가?”를 한미연합사에 물었고

 1주일 뒤에야

“한국정부가 자위권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답신을 받았다.

 

 

‘북의 전력우세’ 주문을 외던 우리 군 수뇌부는 마치 그게 실현이라도 된 듯
 서해교전과 연평도 포격전 모두 사실상 ‘패전’했다고 지은이는 판정했다.

미군 장성도 “어찌 한국군이 이라크군보다 못하단 말인가?”라고 일갈했단다.

 

 

하지만 미국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른바 한국군 안팎 주류인 ‘동맹파’들이 “미국에 머리를 조아리고,

미군이 떠나버릴까 봐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는 굴욕”을

사실상 강요해 온 건 미국 자신이기 때문이다.

 

한국군이 이라크군보다 무능한 건 과도한 미국의존 탓이고 ,

그래서 다시 미국이 떠나가면 절대 안 된는 악순환.

한국의 장군들 다수는 지금 그런 악순환에 안주하면서 그것을 개선하려는 시도들을

오히려 ‘종북’으로 몰아 불온시한다.

 

 

그리고 ‘좌파’의 집권을 다시는 용납해선 안 된다던 과거의 냉전적 사고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책은 얘기한다.

 

과연 국민을 위해서일까?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