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작성한 ‘초고성능 컴퓨터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초고성능 컴퓨터의 양적 측면(보유 대수)에서 미국의 5.0%, 중국의 9.2%, 일본의 27.0% 수준이다.
질적 측면(성능)에서는 미국의 4.2%, 중국의 8.1%, 일본의 18.7%에 해당한다.
한국은 초고성능 컴퓨터를 10대 보유해 양적 측면에서는 세계 8위이며, 성능 측면에서는 세계 9위이다.
그러나 10대 중 3대만 전체 순위 250위권 내에 들어
성능 순위가 보유 대수 순위보다 낮게 평가됐다.
초고성능 컴퓨터란 통상 미국 슈퍼컴퓨팅 콘퍼런스(Supercompu
ting Conference)에서 매년 11월 연산처리 속도 등의 성능을 종합해 발표하는 세계 500위 내 컴퓨터를 말한다.
2014년까지 한국에서 최고 성능을 가진 컴퓨터는 0.3페타플롭스(PFLOPS·‘초당 부동소수점 연산’을 뜻하며
컴퓨터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의 ‘우리’였으나
2015년 기상청이 2.4페타플롭스의 기상예측 컴퓨터인 ‘누리’와 ‘미리’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들 컴퓨터 성능은 세계 1위인 중국의 ‘톈허-2’(33.9페타플롭스)의 7.1%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이 보유한 초고성능 컴퓨터는 각각 199대와 109대로,
양국이 전 세계 초고성능 컴퓨터 500대 중 약 3분의 2(61.6%)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성능의 컴퓨터 보유국은 2009년까지 미국이었으나,
2010년과 2011년에는 중국과 일본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2012년 미국이 다시 1위를 탈환했다가 2013년부터는 중국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초고성능 컴퓨터 상위 10대 제조업체는 대부분 미국과 중국의 기업 또는 기관이다.
휼렛패커드(HP), 크레이(Cray Inc.), 아이비엠(IBM), 에스지아이(SGI), 델(Dell) 등은 미국 기업이고
수곤(Sugon), 레노버(Lenovo), 인스퍼(Inspur) 등은 중국 기업이다.
상위 10대 제조업체에 한국 기업이나 기관은 전무하다.
한국이 보유한 10대의 컴퓨터는 크레이, 휼렛패커드 등 모두 미국 제조업체가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초고성능 컴퓨터 수입에만 재정을 투입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성능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자체 개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권성훈 입법조사관(공학박사)은
“초고성능 컴퓨터는 인공지능 구현·활용 등 산업적 측면과 재난·감염병 예측·방지 등
사회적 측면에서 중요성이 크다”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핵심 기술이 집약돼 있고
파급효과가 있는 만큼 자체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